방글라데시·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북마케도니아에 ‘기술매개 성폭력’ 대응을 위한 경찰 역량 강화와 제도 개혁 주제로 강사양성교육(ToT) 웨비나 개최
2023년 9월 13일
UNDP 서울정책센터는 2023년 8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대한민국 경찰청 및 방글라데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 소재 UNDP 국가사무소들과 공동으로 강사양성교육(Training of Trainers, 이하 ToT) 웨비나 과정을 개최했다. 본 과정은 디지털 영역에서의 성폭력 및 젠더기반폭력 대응을 위한 대한민국 경찰청의 역량 강화 및 제도 개혁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과정에 참가한 각국의 UNDP 국가사무소 직원 및 정부 파트너들은 자국의 경찰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의 경찰 역량 강화 및 교육 현황에 대한 지식 공유, 경찰에 의한 2차 가해 및 피해자 중심의 접근 방식에 각별한 주의 요해
ToT 웨비나 첫째 날, UNDP 서울정책센터 이무진 담당관은 본 과정이 기술매개 성폭력(technology-facilitated gender-based violence) 대응을 위한 활발한 토론과 지식 교환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며 웨비나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경기북동부해바라기센터 수사팀장 장윤정 경감은 대한민국 수사 경찰의 교육 현황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과 수사 경찰의 교육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나아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해 진행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플랫폼 및 캠페인을 소개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피해자 중심의 인터뷰 기법과 함께 2차 가해의 위험성에 관한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장윤정 경감은 대한민국 경찰청의 교육 훈련 과정 개발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회복과 생존에 중점을 둔 피해자 중심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2차 가해에 관한 여러 질문에 대해서는 수사 과정 전반에 걸친 표준화된 경찰 대응법과 매뉴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하여 여성, 아동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실행되는 체계적인 수사 면담 기법인 NICHD 프로토콜**이 소개됐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한민국 경찰의 기술적·법적 대응과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 촉구
웨비나 2일 차에 대한민국 경찰수사연수원 여성청소년범죄수사학과 정성남 교수는 대한민국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법과 제도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대한민국의 법적·제도적 개혁과 더불어 경찰 조직 개편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논의되었으며, 대한민국 내 디지털 성범죄 양상 변화도 소개되었다. 특히 ‘n번방 사건’***은 경찰청의 조직 개편과 전문 대응 조직의 신설 등 국내 법적 및 제도적 시스템에 진보적인 변화를 가져온 주요 사례로 소개됐다. 정성남 교수는 또한 피해자 지원, 국제 공조 강화 및 사회적 인식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디지털 성범죄 사건 접수와 처리에 대한 실용적인 지침을 함께 제시했다.
이어서 UNDP 북마케도니아 국가사무소 크리스티나 플레치크(Kristina Plecic) 젠더 담당관은 젠더기반폭력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포괄적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한민국 경찰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최근 북마케도니아에서 발생한 텔레그램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 사례를 공유하며 기술매개 성폭력을 엄연한 범죄로 인지하기 위해 대중과 법 집행 기관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성폭력 및 젠더기반폭력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지방 및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의 나지자 라만(Naziza Rahman) 경위는 AI 기반 사이버 범죄 및 수사 기법에 대해 질문하였고, 정성남 교수는 이에 가상 세계의 투명성 문제, 그리고 가상 세계 속 성 착취에 대한 법적 규제의 부재를 지적했다. 또한, 대한민국 경찰청은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입 수사 경찰의 역량 강화를 위한 파트너 국가의 실행 계획 공유
ToT 웨비나 과정의 마지막 날은 기술매개 성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찰 역량강화 실행계획을 구상하는 그룹 활동으로 시작했다. 북마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방글라데시의 참가자들은 국가별 30분간의 논의를 통해 여성 및 청소년 사이버 수사팀에 속한 20명의 신입 수사관을 대상으로 하는 2주간의 훈련 계획을 마련했다.
먼저 북마케도니아는 첫 주에 성범죄 관련 개념 및 법률에 대한 교육과 둘째 주에 오픈 소스 온라인 도구 등 기술 자원에 대한 교육으로 구성된 2주 간의 교육과정을 제안했다. 또한, 젠더기반폭력에 대한 증거 수집과 피해자에 대한 심리·사회적 지원을 위해 NGO 및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2차 가해와 관련해서는 피해자의 다양한 민족적 배경과 개인적 특성을 고려한 접근 방향을 제안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법과 함께 범죄 예방 및 인식 제고에 초점을 둔 실행 계획을 구상했다. 프로그램의 첫 주에는 기술매개 성폭력 관련 법적·기술적 체계, 수사 활동, 피해자 지원 방안 및 사회적 인식 개선 워크숍에 대한 교육을 기획했다. 둘째 주에는 참여자들이 습득한 지식을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와 모의재판을 활용한 그룹 활동을 제시했으며, 전 과정에 걸쳐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접근법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방글라데시는 전문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신속히 변화하는 사이버 범죄 동향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고 트라우마 기반 접근을 바탕으로 기술매개 성폭력 피해자와의 적절한 소통법을 교육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미국 반테러지원프로그램(Anti-Terrorism Assistance Program)에서 후원하는 사이버 범죄수사 연구소(Cyber Forensic Lab)와 디지털 리터러시 센터(Digital Literacy Center)가 제공하는 사이버 범죄수사관 훈련에 더불어 유관 NGO와 시민사회, 청년 단체 및 언론과의 협력을 통해 본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UNDP 서울정책센터의 이무진 담당관은 모든 참가자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사를 표하며 본 웨비나를 통해 공유된 지식과 아이디어가 각 나라의 기술매개 성폭력 대응 노력을 촉진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각국 유관기관으로부터의 적극적 참여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UNDP 서울정책센터, 대한민국 경찰청, 그리고 UNDP 국가사무소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젠더기반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 UNDP 서울정책센터는 SDG 파트너십을 통해 대한민국의 혁신적이고 검증된 정책 사례를 다른 국가와 공유하고 있다.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본 센터는 2022년부터 대한민국 경찰청과 협력하여 경찰청의 우수한 기술매개 성폭력(TF GBV) 관련 지식과 경험을 전 세계 파트너 국가들과 공유하고 있다.
** NICHD 프로토콜은 아동 전담 수사면담을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면담 기법으로, 미국 국립아동건강발달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의 마이클 램(Michael Lamb) 박사가 개발했다. 이 기법은 아동의 인지 및 발달 특성을 기반으로 하며 아동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 조사에 활용된다.
*** ‘n번방 사건’은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상업화한 대한민국의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다. 약 26만 명의 사람들이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암호화폐로 비용을 지불했으며, ‘n번방’은 이 범죄에 연루된 8개의 텔레그램 채팅방을 일컫는다.